영국에 온 지 오늘로 68일이 되었다.
한 달 단위로 기록하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시간이 없어서
이제서야 영국살이에 대한 첫 번째 후기를 남겨본다.
출국 날부터(..) 대략 한 달간의 일상과 더불어
보고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금요일 퇴사, 토요일 런던행
이틀 사이에 큰일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금요일에 퇴사하고, 바로 그다음 날 아침 런던으로 입/출국했다.
퇴사해야겠다고 생각한 지는 꽤 되어서 후련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막상 당일이 되고 현실로 다가오니
시원섭섭하면서 아쉬운 것들, 더 잘하지 못해서 미안한 것들이 많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냥 마지막이라는 것이 왠지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이런 싱숭생숭한 상태임에도 이 감정을 느낄 새 없이
다음날 출국을 위해 바삐 움직여야 했던 것이었다.
모두 내가 선택한 일이지만 그런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팔 년 된.. 팔성씨.. 팔랑해..(ㅋ)
아무튼 나에게는 가장 오래 다닌 회사가 되었는데,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운이 좋게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나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해외라곤 일본 여행밖에 가본 적 없는 내가
14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런던에 도착했다.
한 명의 친구를 데리고.. 꼬질이
30일간 6번의 이사
-> turnpike lane -> camden -> warren street -> turnpike lane -> pimlico -> now
런던 첫 30일간 빼놓을 수 없는 빅이슈.. 쉴 틈 없는 이사였다. ㄴㅇㄱ
많아 봤자 2-3번 정도 이사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나도 전혀 예상 못 했다.
생각보다 빨리 마음에 드는 집을 계약하게 되었는데,
그 계약기간까지 뜨는 시간을 채워야 하다 보니 단기로 계속 살게 되어 이사가 잦아졌다.
런던은 센트럴을 기준으로 나이테 모양으로 zone 1~zone N으로 구역을 나누는데
이 기간 동안 zone 1~zone 3까지 다양하게 살아봤다.
학교에 다니면서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정신없었지만
그래도 이 덕분에 런던의 일상생활, 예를 들면 대중교통, 동네 분위기 파악, 지리 파악 등등
빠르게 이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런던은 가족 단위가 아닐 경우 대부분 flat이라는 개념으로 한 집에 여러 사람과 같이 살게 되는데
운이 좋게 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 사람들과 여행 가서 또 만나기도 하고 종종 밥도 먹고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친구도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지금 장기 계약한 집에 잘 입주해 있고,
다행히 이 집의 위치 사람 생활 모두 마음에 든다.
English Summer School
영국은 보통 9월에 학기가 시작하는데
한 달 먼저 와서 English Summer School부터 들었다.
선생님은 Irish였는데 너무너무 친절하고 수업 내용도 알차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다만, 수업에 외국인이 한 명밖에 없어서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한국인이 많은 수업이었지만 수업에서는 한국어 거의 쓰지 않다 보니 나쁘진 않았다.
이 수업을 통해서 좋아졌다고 느껴진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listening이 나아지는 걸 느꼈다.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 영상을 접할 때 더 잘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감이 생겼다. ㅎㅎ 일단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하다 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영어 실력이지만 다른 사람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
그리고 엉망일지라도,, 문장으로 말하는 데에 익숙해졌다.
원래는 영어로 말할 기회가 없다 보니 아주 짧게 말하거나 단어로만 뱉는 것이 더 익숙했는데, 선생님이 외국인이고 우리의 실력을 이해하고 있다 보니 항상 기다려 줘서 단순한 말이라도 필요하다면 문장을 만드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같이 수업 들은 한국인 친구들은 대학생 1~2학년이었는데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친구와 소프트웨어 쪽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그래서 사람마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서 커리어나 이래저래 여러 주제로 얘기를 많이 했다.
소프트웨어 전공 중인 친구들은 개발자의 회사 생활이나 어떻게 공부 해야하는지 등등 궁금해하는 것들이 많아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답변을 해줬다.
지금까지 학생, 취준생, 개발자로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쉬웠던 점과 후회되는 것 등등을 토대로 얘기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회사나 외부 활동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항상 도움을 받고 배움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다!
문화생활 컨텐츠 천국! Central London
지금까지 런던에서 Tate Modern, Tate Britain, Victoria and Albert Museum(V&A), National Portrait Gallery 4곳에 가봤다.
첫 달에는 Summer School만 들어서 수업이 점심이면 끝나서 노팅힐이나 가까운 뮤지엄&갤러리를 많이 다녔었다.
학교와 집 모두 central이다 보니 접근성이 너무 좋다!
사실 한국에서는 분기에 한 번씩 했던 회사 액티비티 데이가 아니고서는
자발적으로 전시장 등등에 간 적이 별로 없었다.
막상 가면 생각보다 좋았지만,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서 가지는 않았다.
근데
..나 뮤지엄&갤러리.. 좋아하는 것 같다.
어딜 가도 규모가 엄청나서 3시간 훌쩍이다..
나 아직 다 안 봤는데 문 닫을 시간 됐다고 나가래,,
My best museum! V&A
가봤던 곳 중 V&A가 가장 좋았다.
볼거리가 너무너무 많고 실내에 예쁜 카페와 건물 사이에 큰 가든이 너무 예쁘고 그림 속 같다..
런던에서 뮤지엄을 고민 중이라면 꼭 이곳에 가세요!!
한국과 다른 점?!
런던은 이제 좀 안 것 같다 싶으면 동시에 또 새로운 면이 발견되서..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다양한 면에서 참 자유롭다는 것이다.
뮤지엄&갤러리에서도 동일하다.
관광객, 인종이 다양하다는 것이 많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실내 분위기, 복장, 관람 태도가 자유롭고 관람객의 연령대도 엄청 다양하다.
한국은 전시장에 작품 보존을 위해 펜스?를 쳐두거나 유리막으로 막아두는데
런던은 그냥 오픈해 두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만지고 큰 공간 같은 경우에는 올라가기도 하는데
아무도 제지를 안한다..?!? 이게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ㅋㅋ
어느 날은 갤러리 가기로 한 날 조금 늦어서
귀찮기도 하고 대충 비몽사몽인 채로 갔는데
보다보니.. 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 순간 내가 이렇게 편한 복장으로 원할 때 언제나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큰 행운이고 신기하고 행복하다고 느껴졌다.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야지!!
그리고 어느 날은
친구랑 헤어진 후에 집에 가기 아쉬워서
구글맵을 켰는데 그때마다 항상 내 위치 주변에 새로운 갤러리가 있었다.
그래서 첫 달에는 매일 2만 보를 찍으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행보케..
공원이 이렇게 좋은 거였다뇨
런던은 또!! 공원이 참 많다.
한국인한테 유명한 프롬로즈힐, 하이드 파크, 리젠트 파크, 그린 파크, 핀즈베리 파크 등등등 엄청 많다.
10월에 접어든 지금은 피크닉 하기는 추운 날씨가 되어버렸지만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해도 길고 피크닉 하기 딱 좋은 계절이었다.
같이 온 친구들, 학교 친구들 등등이랑 갔었는데
더 다닐걸!! 추워지니 조금 아쉽다.
옆방 flatmate와 자연의 중요성/필요성, 자연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
ㅋㅋㅋㅋㅋ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공원이 많다는 것에 큰 장점을 느끼지 못했었다.
뭐 당연히 좋기야 하겠지만 그냥.. 큰 감흥이 없었었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경험해 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T.T
언제나 조금만 걸으면 초록색으로 뒤덮인 공원을 볼 수 있고 접근성이 좋은 정말 큰! 공원이 있다는 게
많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편하게 쉬고 여유를 가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집 근처에 큰 공원이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한국에서도 서울이 고향이 아닌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이
고향의 산과 바다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그냥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다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은데
이제서야 그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곳에서 살고싶다..
빼곡빼곡 아파트와 건물로만! 뒤덮인 곳 말고..
소소한 행복 - MONZO, 오이스터 카드 발급, 중고거래, 영상통화, 홈메이드 이탈리안 티라미수
소소한 일상 속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도 몇개 적어보려고 한다!
한국에서 한화를 파운드로 충전할 수 있는 카드를 몇개 만들어왔지만
앱 사용자끼리만 계좌이체가 가능해서
월세를 낸다거나 중고거래를 한다거나 살다보면 현지 계좌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MONZO 체크카드 발급
MONZO는 한국의 카카오뱅크처럼 런던의 온라인 인터넷 은행이다.
간단한 기본정보와 셀피 영상 촬영 등을 하면 심사를 거쳐 만들어 주는데, 한 번에 만들기 성공했다!
이 카드를 신청했을 때가 정처 없이 이사를 했을 때라 정신없었는데
카드를 배송받으니까 런던에 더 살아도 된다고 허락해 준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ㅋ
학생용 오이스터 굴 카드 발급
런던은 교통카드 이름이 Oyster Card이다.
학생용으로 발급하면 할인되어서 학교를 통해 발급했다.
MONZO 발급 때만큼 감동은 없었다. ㅋ
런던은 굴도 비싼데 왜 굴 카드일까? 찾아보니
"Oyster was conceived ... because of the metaphorical implications of security and value in the hard bivalve shell and the concealed pearl."
단단한 굴 껍데기와 그 안에 숨겨진 진주(알맹이)의 가치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란다.
ㅋㅋㅋㅋ
궁금증 해결.
그리운 사람들과 영상통화 ToT
친구랑 엄마랑 종종 음성통화나 영상통화를 한다.
국제전화 안 해도 되고 세상이 좋아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시차가 있지만 그래도 시간 잘 맞추면 돼서 좋다!
그리고 얼마 전에 마님 생일이어서 원격 소주 쨘도 하고 즐겁다 헤헤
놀러와요 당신들..
중고 거래
한국에서 짐 쌀 때 런던은 이미 춥다고 해서 겨울옷 위주로 많이 가져왔는데
아직은 초가을 용 옷이 필요해서 옷을 사야 했다.
옷 욕심도 크게 없고 하다 보니 중고로 하나에 3파운드(4,800원?)짜리 옷 4개를 사러 떠났다!
좀 멀긴 했는데 출발하려고 보니 zone 4였다 ㅋㅋ
그래도 오랜만에 zone 3~zone 4의 공기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나름 재밌는 일상이었다.
이때 산 옷은 마치 처음부터 내꺼였던마냥 생겨서 요긴하게 잘 입고 있다. 쇼핑 성공!
이탈리아 친구(?)가 만들어 준 티라미수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지만 ㅎㅅㅎ
여긴 외국이니까 모두가 친구다!!
암튼 영어 수업 때 친해진 이탈리아 친구가 있는데 얘기하다가
직접 티라미수를 만들어 준다고 하더니 바로 그다음 날 만들어왔다..
넘감동.. 홈메이드 티라미수 말이 되냐구요..
많이 안 달고 맛있었다 ㅠ.ㅠ
마음 따땃했던 하루
나는 뭘 해줘야 좋아할지 고민이다. 지금까지 생각한 것 중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김밥!
근데 김밥을 만들기엔 조금 많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ㄴㅇㄱ
수업 마지막 날쯤 준비해 봐야지!
지내면서 문득문득 드는 생각 그리고 고민?!
몇 년 전까지만해도 런던에 오는 것을 30살쯤 도전해 볼까 했는데 시기상 적절하기도 했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외부 자극을 잘 흡수할 수 있을 때 오고자 했던 건데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이..
나도 모르게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에 익숙한 방향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의식적으로라도 한 번씩 더 생각하고 판단하려고 한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요 . .
타국에서 혼자 자취하다 보니
이래저래 현실의 많은 것들을 처리하면서 내 성격이나 특징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한때는 행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잘 찾아내고 행복하다고 잘 느끼는 편이다 보니
행복이 목표가 아니어도 되나?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그 생각이 조금 더 확실해진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는 나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새롭게 적응하는 시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다행히 비슷했다.
그래서 행복보다는 다른 목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지 고민된다. 많이 많이
앞으로도 잘해보자 London!
어느새 여기에 온 지 68일이 되었다.
이제는 대부분 익숙해졌지만, 문득문득 내가 이곳에서 지내고 생활하는 게 꿈같을 때가 있다.
남은 시간을 더 후회 없이 보낼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게시물도 더 자주 쓰고 싶은데 내가 저질러놓은 수업 시간표 때문에
시간이 잘 안난다 . .
그래도!! 이번 주말에는 몇 개 더 써봐야지!